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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일본 애니메이션 '이누야시키' 속 일본 사회상 분석

by bananastar1 2025. 8. 11.

애니메이션 ‘이누야시키’는 단순한 SF 액션물이 아닌, 현대 일본 사회의 구조와 문제를 섬세하게 비추는 작품입니다. 오쿠 히로야 작가의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 애니는 인간성, 세대 간 단절, 고독, 기술 발전의 이면을 사회적 시각에서 풀어내며 깊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작가의 배경, 주요 줄거리, 그리고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일본 사회상을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분석합니다.

 

일본 원작 만화 '이누야시키' 한국 발행본 표지

작가 오쿠 히로야와 작품 배경

오쿠 히로야(奥 浩哉)는 독특한 서사 구조와 충격적인 전개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입니다. ‘간츠(GANTZ)’를 비롯해 그의 작품들은 주로 인간 존재의 의미, 폭력과 도덕, 그리고 사회 구조 속 개인의 위치를 탐구합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연재된 ‘이누야시키’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고령 사회와 디지털 세대의 대비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이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3년 기준 약 29%에 달합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주인공 이누야시키 이치로는 58세의 평범한 가장이지만,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는 일본 사회에서 중장년층이 경험하는 고립과 무력감을 상징합니다. 작가는 로봇과 외계 기술이라는 SF 장치를 통해, 인간이 기술에 종속되면서도 여전히 인간성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특히, 작품 속 인물들이 선택하는 방식과 그로 인한 결과는 작가가 일본 사회의 도덕성과 공동체 의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줍니다.

줄거리와 주요 등장인물

‘이누야시키’의 이야기는 평범한 회사원 이누야시키 이치로와 고등학생 시시가미 히로가 외계인의 사고로 인해 기계 몸을 얻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이치로는 선한 마음을 지닌 인물로, 새로운 능력을 이용해 병자를 치료하고 사람들을 구하는 데 힘씁니다. 반면 시시가미 히로는 개인적 쾌락과 복수를 위해 능력을 사용하며 무차별 살인을 저지릅니다. 두 인물은 같은 능력을 가졌지만, 정반대의 가치관을 보여주며 선과 악, 그리고 그 경계의 불분명함을 드러냅니다. 조연 인물 중에서도 가족 구성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누야시키의 아내와 자녀들은 처음엔 그를 무시하거나 무관심하게 대하지만, 사건이 진행될수록 그의 변화를 목격하며 관계가 달라집니다. 이는 일본 사회에서 흔히 언급되는 ‘가족 내 정서적 거리감’을 상징합니다. 또한 히로의 경우, 불우한 가정환경과 왕따 경험이 그의 폭력성과 무감각을 강화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작품은 이 두 인물의 대립을 통해, 개인의 선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한 파급력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작품 속 일본 사회상 분석

‘이누야시키’는 단순히 개인 간의 대결 구도를 넘어서,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첫째, 고령화 사회와 노인 소외 문제가 중심에 있습니다. 주인공 이누야시키는 나이 때문에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가정에서도 무시당합니다. 이는 실제 일본에서 50~60대 세대가 경험하는 직장 내 연령 차별과 은퇴 후 고립 문제를 반영합니다. 둘째, 청소년 범죄와 공감 능력 결핍이 중요한 축입니다. 시시가미 히로는 인터넷과 디지털 환경 속에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진 세대를 대표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2010년대 이후 SNS를 통한 범죄나 ‘인터넷 살인 예고’ 사건이 증가했습니다. 셋째, 기술 발전의 양면성입니다. 기계 몸이라는 설정은 인공지능, 사이보그, 생명연장 기술 등 현실에서 이미 논의되는 과학적 주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작품은 ‘기술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와 동시에 ‘기술이 인간성을 파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일본 사회가 직면한 고립, 불평등, 세대 간 갈등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깊은 사회적 성찰을 유도합니다.

애니메이션 ‘이누야시키’는 SF라는 장르를 활용해 일본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작가 오쿠 히로야의 시선은 세대 간 단절, 고령화, 기술 발전의 부작용이라는 현실 문제를 그대로 담아냈으며, 선과 악의 경계가 흐릿한 인물들을 통해 인간성의 본질을 묻습니다. 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하나의 거울을 마주하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